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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가 찾는 소비자…핸드백도 ‘가성비’가 대세

진가 찾는 소비자…핸드백도 ‘가성비’가 대세 | 1

경기 불황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소비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지출에 신중해 졌으며 상품 선택 조건도 까다로워지고 있는 것.

그중 여름 시즌을 맞아 여성들의 필수 아이템이자 패션 잇 아이템인 ‘핸드백’이 최근 비싼 가죽으로 된 옷을 벗고 다양한 소재로 탈바꿈해 여성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과거 고가의 가죽백 혹은 페이크 레더 소재 핸드백들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나일론, 리넨, 데님, 캔버스 등 가볍고 실용적인 디자인의 핸드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반영돼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놈코어룩, 포미족, 스마트슈머, 슬로우패션 등 최근 소비 트렌드에 공통적으로 담긴 ‘실용성’이라는 핵심 키워드가 패션계에도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화된 불황과 스마트해진 소비자가 만나 패션에도 실용주의적 소비가 점점 대세를 이룬다는 것이다.

핸드백의 경우 몇 년 전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로고리스(logoless) 명품백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을 기점으로 최근에는 브랜드 자체를 벗어나 개인 취향을 반영한 디자인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증가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러한 소비 경향은 선호 소재의 변화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고급스럽지만 비싸고 관리하기 까다로운 가죽이나 가죽을 흉내 낸 페이크 레더 대신, 합리적 가격에 가볍고 실용성이 좋으며 패션 아이템으로도 손색없는 이른 바 ‘천 소재’ 핸드백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과거 ‘싼 티가 난다’는 취급을 받던 소재들이 최근에는 가죽이 줄 수 없는 개성과 가치를 주는 소재들로 재인식돼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례로 게스(GUESS)는 지난 4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은 ‘RE:ORIGIN 한정판 데님백’을 내놓았다. 저렴한 가격에 멋스러운 워싱 디자인이 돋보이는 이 데님 소재 숄더백은 출시 15일만에 완판되는 인기를 누렸다. 또한 tvN 드라마 ‘또! 오해영’에 노출돼 ‘오해영백’으로도 불리는 리뽀(Lipault)의 ‘레이디 플럼 버킷백’ 역시 나일론 소재로 만들어진 가볍고 캐주얼한 느낌의 핸드백으로 최근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두 제품 모두 비(非)가죽 소재 핸드백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해 롯데백화점 본점 장윤석 바이어는 “리뽀의 경우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는 가볍고 실용적인 소재, 유럽스타일의 컬러감과 디자인, 합리적 가격 등 히트 요소가 고루 어우러져 최근 백화점 내 20~30대 여성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는 핸드백 중 하나”라고 말했다.

(왼쪽 위 시계방향부터) 게스, 랄프로렌, 리뽀, 프라다, 제이에스티나, 써스데이아일랜드
(왼쪽 위 시계방향부터) 게스, 랄프로렌, 리뽀, 프라다, 제이에스티나, 써스데이아일랜드

그런가 하면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배우 송혜교는 고가의 명품 가죽백 대신 가벼운 천 소재의 에코백을 들고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천연 면이나 캔버스 등 생분해성 재료로 제작되는 친환경 천가방을 뜻하는 에코백은 최근 아트웍, 레터링 프린트 등이 다채롭게 입혀져 가죽백과는 또 다른 유니크한 패션 아이템으로 패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가격 역시 적게는 1~3만원부터 브랜드 제품이라도 대부분 10만원 대에서 구매 가능해 디자인과 실용성을 꼼꼼히 따지는 최근 여성 소비자들의 데일리백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가격도 디자인도 한결 ‘가벼워진’ 핸드백을 찾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브랜드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클래식함의 대명사인 랄프 로렌(RALPH LAUREN)은 올 상반기 데님으로 제작한 ‘리키 백’을 선보였다. 이 백은 최근 소비자 성향을 적극 반영해 브랜드 역대 가장 캐주얼한 디자인이라는 평이다.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 역시 가볍고 질긴 포코노 나일론 소재의 토트백을 내놓았다. S/S 시즌에 걸맞는 선명한 옐로우 컬러 패브릭에 독특한 경주용 자동차 프린트를 입히는 등 소재 특성을 십분 활용한 모습이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브루노말리(BRUNOMAGLI)는 올 상반기 가죽에 캔버스 원단을 콤비해 만든 쇼퍼백 로사(ROSA)를, 스위스 컨템포러리 브랜드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에서는 3종 제품으로 구성된 캔버스백 컬렉션을 각각 출시했다. 두 제품 모두 오염되기 쉬운 핸들이나 바디 하단, 혹은 장식 부분에만 가죽을 사용하고 그 외 부분에는 가볍고 유연한 캔버스 소재를 적용해 실용성과 합리적 가격,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 모습이 엿보인다.

이 같은 현상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실용적인 캐주얼룩이 갈수록 보편화되면서 남들 눈을 의식해 고가 브랜드에 연연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옷차림 안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어필하는 패션 트렌드가 점차 대세가 되어 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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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현

press@fashion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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