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W2017FW] 송지오, 헤라서울패션위크 ‘송지오’ 컬렉션

옷은 디자이너와 닮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송지오가 만든 송지오 컬렉션은 응당 ‘송지오스러웠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지만 곳곳에 드라마가 충분히 살아 있고 무척 파워풀했던 것. 이는 배우나 셀러브리티가 아닌 ‘모델 차승원’의 신분으로 런웨이에 선 오프닝 룩에서 단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스리피스로 이루어진 블랙 슈트는 단추를 많이 달아 클래식함을 배가시켰으며 벨벳 소재 리본 타이로 다크한 로맨틱함을 뿜어냈다. 이 서늘한 아름다움은 흡사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내지는 <레버넌트>가 떠오를 정도였다.

송지오는 언제나 잘 정돈된 가운데 의외의 요소를 곳곳에 배치해 단조로움을 깨곤 한다.

이번에도 그 방식은 여전히 이어졌다. 블랙 앤드 화이트 그룹이 끝날 무렵 툭 던져지듯 나온 회화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스크래치 프린트나 청키한 니트웨어가 런웨이를 환기시켰다.

또 뒤이은 오렌지와 캐멀 컬러 군단은 전반전의 어두운 분위기를 완벽하게 반전시켰고 압도적인 블랙 카테고리에서 벗어나자 비로소 송지오만의 섬세한 재단과 독특한 바지 실루엣, 위트 있는 칼라 레이어드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프런트 로를 가득 채운 셀러브리티 없이도 충분히 빛났던 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