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브랜드 마케팅의 Key, “가로수길 주인공은 가로수다”
제가 유럽 여행을 처음 했던 2001년만 해도 EU는 유로화로 통용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한 달 넘게 여행을 하면서 한국에서 미리 각 나라별 화폐로 환전은 해갔지만 20여개국을 돌아다니니 이미 환전을 할 수 없는 동전들이 수북히 쌓이더라구요. 그래서 당시에는 쇼핑은 꿈도 꾸지 못했답니다. 잔돈이 남을까봐 말이죠.
2002년 월드컵이 개최되고 저 역시도 고난의 취업난을 뜷고 모 패션브랜드의 MD로 입사를 하고난 후 2004년 다시 유럽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여유도 있었고 마침 유로화가 통용되었던 시기라 쇼핑도 자유롭게 했었습니다.
2002년에는 파리에만 보였던 ZARA가 프라하에도 떡하니 들어선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SPA매장을 둘러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명품이 즐비한 거리에 ZARA 역시 훌륭한 인테리어를 기반으로 마치 우리나라의 동대문과 같은 상품들을 파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미 ZARA는 동대문과 같은 퀄리티의 브랜드가 아닌 명품에 준하는 브랜드로 포지셔닝이 되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상품과 매출 이전에 ZARA라는 브랜드는 기획과 구성, 그리고 VMD등으로 마케팅을 한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얼마 전 국내에는 토종 SPA 브랜드가 론칭되었습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말이죠. 저희 아지트도 가로수길에 있어서 가로수길에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서고 공사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정작 주인공인 가로수가 점차 브랜드의 간판과 커다란 건물들로 인해 조연이되어가는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대기업에서 론칭하는 새로운 브랜드매장이 너무 매출과 점유율에 대한 경쟁으로 인해 충분한 마케팅 이슈들을 놓치고 후다닥 공사와 오픈이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위 사진은 본인이 2004년 PARIS를 여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입니다. 샹젤리제 거리에 디테일까지 루이비통의 여행가방도 너무나 똑같은 조형물을 경험했습니다. 저는 마치 커다란 브랜드의 광고 퍼포먼스로 생각했었죠.
하지만 그곳은 샹젤리제 거리의 가장 큰 루이비통 매장이 리뉴얼 공사를 하면서 설치한 공사현장의 외관이었답니다. 다소 좁아진 인도의 폭도 사람들은 즐겁게 지날 수 있는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습니다. 관광객들에게는 루이비통이라는 명품브랜드를 더욱 인상깊게 담을 수 있는 멋진 아이디어였죠.
가로수길을 걷다보면 공사현장이 끊이지 않게 보입니다.
브랜드매장 하나가 오픈하면 몇발짝 떨어지지 않은 곳에 새로운 공사현장이 생기고 가로수길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점점 퇴색되어 가고 있고, 점점 늘어나는 관광객과 모여드는 패션피플들로 인해 공사로 인해 좁아진 인도는 더욱 발걸음에 여유가 없어지게 됩니다.
브랜드는 과연 무엇일까요?
막대한 광고비와 큰 규모로 고객을 압도하면서 상품을 뿜어내어 수직선상의 그래프를 보여주는 것이 과연 브랜드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브랜드는 고객이 먼저 찾아가고 싶게 만드는 이미지 마케팅과 한 번 구매한 후 다시 가고 싶게 만드는 경험을 어떻게 선사하느냐에 따라 고객들의 마음에 자리잡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SPA브랜드의 엄청난 장악력으로 인해 하나쯤은 모두 구매를 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어떻게 그 브랜드를 찾게 되었고 다시 그 브랜드를 구매할거냐고 고객들께 물어본다면 과연 최근 론칭되는 브랜드가 롱런을 할 수 있을지 짐작을 할 수 있겠죠.
가로수길의 주인이 가로수이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며 쇼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브랜드를 론칭하는 기업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매장의 오픈에 중점을 둔 브랜드의 론칭이 아닌, 진정성 있게 고객의 마음과 거리의 분위기를 반영할 수 있는 기획력과 마케팅.
브랜드의 가치는 이런 기획부터가 시작됩니다.
프라브코리아 디렉터 이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