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SPA 브랜드 유니클로(UNIQLO)가 히잡(Hijab)을 포함한 ‘수수한’ 라인을 선보인다. *히잡: 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와 목 등을 가리기 위해서 쓰는 가리개의 일종.
이번 라인은 일본계 영국인 무슬림 디자이너 하나 타지마(Hana Tajima)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지난해 이와 비슷한 옷을 동남아에 선보여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이슬람 전통 의류인 히잡, 케바야, 주바 등을 비롯해 서양 의복인 스커트와 긴 소매 상의가 포함된다. 현대 디자인과 전통 양식의 퓨전인 셈이다.
하나 타지마는 “수수함이란 사람마다 다르다. 히잡만이 아니다. 실루엣을 더 느슨하게 하고 몸을 더 가리고 단과 소매를 더 길게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유니클로 이외에도 무슬림 여성들을 타깃으로 삼은 패션 브랜드들이 있었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의 아바야(Abayas, 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전통 의상) 라인, 뉴욕 럭셔리 브랜드 DKNY와 글로벌 SPA 브랜드 망고(MANGO)의 라마단 컬렉션 등이다. 하지만 몇 가지 이유로 유니클로의 접근이 가장 좋아 보인다. 일단 디자이너가 실제로 무슬림이다. 올해 29세인 타지마는 18세 때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일본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의 밑에서 자란 국제적 배경 덕택에 그녀는 무슬림 세계를 거대한 하나의 덩어리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유니클로의 이번 라인은 ‘수수한’ 디자인뿐만 아니라 선택의 범위 또한 넓다. 전통적인 스카프와 같은 ‘히잡’, 헐렁한 옷 속에 입는 머리에 꼭 맞는 ‘속 히잡’, 머리카락을 가리고 고정하는 모자와 비슷한 ‘속 헤어밴드’가 있다. 무슬림 패션계에서는 전례가 없는 실용성을 생각한 디테일이다.
또한 이번 라인은 양측의 시그니처가 된 강점이 완벽하게 깃들어 있다. 유니클로는 고성능 기능성 소재로 유명하다. 이번 라인의 히잡과 헤어밴드에는 특별 제작된 통기성이 우수하고 습기를 배출하는 소재인 ‘에어리즘’이 적용됐다. 히잡을 쓰고 40도 가까운 더위를 견뎌야 하는 여성들의 상황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하나 타지마는 “유니클로가 이번 컬렉션을 제안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생각했던 것은 그들의 소재가 좋다는 점이다. 무슬림 패션에는 천이 많이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우수한 통기성의 소재가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니클로 광고 캠페인에는 무슬림 여성과 비 무슬림 여성이 함께 등장한다. 화려한 백인 모델들만 대거 등장하는 돌체앤가바나와는 다르다. 유니클로는 무슬림 패션계에 다가가는 좋은 방법의 예를 보여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