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W2017FW] 최혜정, 헤라서울패션위크 ‘로맨시크’ 컬렉션

‘로맨틱’과 ’시크’함. 이보다 브랜드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네이밍도 없을 것이다.

러플, 레이스, 벌룬 실루엣 등으로 대표되는 로맨틱과 미니멀한 라인, 선명한 컬러로 요약할 수 있는 시크함. 이 두 가지 요소는 시소처럼 컬렉션 전체를 왔다 갔다 하며 런웨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디자이너 최혜정은 짧은 시간에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정립했는데 드레시한 러플 장식이나 커다란 진주 디테일, 몸을 조이지 않는 편안한 실루엣 등이 그것이다. 대중이 로맨시크에 기대하는 기존의 사랑스러운 요소는 잘 변형해 보여주면서, 시크함에 치중한 과감한 시도는 컬렉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쨍한 그린 컬러의 퀼팅 패딩이나 글렌체크 슈트, 글로시한 소재의 롱스커트 등이 그런 역할을 했는데 이런 요소들은 컬렉션이 지나치게 부드럽게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고 느껴질 때마다 눈을 번쩍이게 만들며 컬렉션이 늘어지지 않도록 긴장감을 주었다.

이처럼 전혀 다른 성질의 소재를 믹스하거나 상반된 컬러를 섞는 시도는 꽤 의미 있는 아이디어였지만, 결국 브랜드 이름처럼 ‘너무 다른’ 성질의 것들을 무리하게 묶으려는 압박은 자칫 산만함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로맨시크가 가진 뚜렷한 감성과 장점을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다듬어줄 누군가와의 협력을 도모해 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