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D

패션, NFT 열풍 속으로

구찌, 프라다, 루이비통을 입는 내 아바타의 가치는?

브랜드 마케팅, 디지털 보증서, 디지털 자산 등 다양하게 활용

디지털 환경의 변화는 일상 생활뿐 아니라 생산과 소비, 판매의 관점을 바꾸고 있다. 비단 패션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블록체인, 메타버스, NFT는 더 이상 새로운 단어가 아니며 2년 전만 해도 이런 기술들이 패션 산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상상하지 못했다. 현재는 180도 달라졌다. 지난호 메타패션에 이어 NFT가 패션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전망에 대해 짚어봤다.

현재 디지털 환경 전환으로 가장 영향을 받고 있는 분야가 콘텐츠 산업이다. 창작과 관련된 음반, 영화, 드라마, 미술 등이다. 창작 결과물들이 디지털 포맷으로 전환되어 디지털 콘텐츠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패션산업 역시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다. 제품 하나하나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디자인, 마케팅, 생산, 유통의 전 과정이 디지털 기반의 기술과정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는 패션 기업들도 많다. 이는 패션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여전히 패션산업은 디자이너의 감성이 반영된 결과물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우리는 디지털 소비를 경험했다. 디지털 패션쇼, 컬렉션 등 디지털 패션이 등장했고 물리적 소비대상으로만 인식되었던 패션의 범위가 가상 콘텐츠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가상패션 콘텐츠를 디지털 자산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으며 NFT(대체불가토큰)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으로 인정됨에 따라 플랫폼에서 사고 팔 수 있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메타버스와 NFT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이다. 자신들만의 컬렉션을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메타버스에서도 동시에 론칭하고 있는데 희소성에 희소성을 더해 럭셔리 브랜드의 가치를 올리려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2030년까지 메타버스 및 NFT 관련 제품이 럭셔리 마켓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즉 럭셔리 브랜드의 메타패션 시장의 규모와 참여 방법은 점차 확장될 것으로 보이며 후발 기업들도 가세하며 이 시장의 성장은 예측되고 있다.

NFT가 뭐야?

NFT는 ‘Non-Fungible Token’ 약자로 풀이하면 대체불가토큰을 의미한다. NFT는 고유성을 갖고 있어 대체가 불가능한 토큰으로 정의된다. 그렇다면 토큰은 무엇일까? 토큰은 블록체인 상 저장된 특정 자산을 가리킨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어떤 디지털 자산을 토큰으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블록체인은 데이터 저장 기술의 하나다. 블록에 데이터를 담아 체인 형태로 연결해 수많은 컴퓨터에 이를 동시에 복제하고 저장하는 일종의 디지털 공공 거래 장부로 이해하면된다.

블록체인은 동일한 데이터를 다같이 나누어 갖고 있어 중앙기관의 보증이나 통제 없이도 신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NFT가 미술품 등 예술분야에서 특히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NFT 열풍을 타고 현재 억대로 거래되고 있는 크립토펑크가 대표적인 예다. 크립토펑크 시리즈는 남자, 여자, 좀비, 유인원, 외계인 5개 캐릭터로 구성된 픽셀 아트다. 기본 5개 캐릭터에 헤어스타일, 악세서리, 의상 등 다양한 속성을 랜덤하게 추가해 총 1만개의 각기 다른 아바타가 만들어졌다.

현재 크립토펑크 가격은 NFT 열풍을 타고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100만 달러(약 12억원) 이상에 판매된 크립토펑크는 상당히 많다. 크립토펑크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가장 저렴한 것이 30만 달러(약 3억5,000만원)부터 판매되고 있다. 소더비 경매에 나온 크립토펑크 ‘코비드 에어리언’은 1천170만 달러(153억 1,881만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는 크립토펑크 판매 역대 최고가다.

크립토펑크는 왜 수억원에 거래되고 있을까? 우리는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픽셀아트 이미지에 불과한 크립토펑크를 특별하게 만든 건 NFT 기술이기 때문이다. NFT 기술 적용으로 크립토펑크는 고유의 일련번호가 존재해 원본임을 확인할 수 있고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블록체인을 통해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다.

크립토펑크 이미지는 디지털 이미지 파일이지만 NFT로 발행됐기 때문에 원본 여부를 확실히 보장할 수 있고, 그에 따라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아트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는것이다. 좀비, 유인원, 외계인 캐릭터는 발행 수량이 더 적기 때문에 소위 ‘희귀템’으로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언뜻 픽셀 아트 제품을 수억원에 사는 것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크립토펑크가 디지털 세계의 상품에 가치가 형성되는 최조의 NFT 프로젝트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NFT와 패션의 만남

‘희귀템’으로 인정받는 크립토펑크처럼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도 자신의 브랜드나 컬렉션에 NFT를 발행하고 있다.

구찌는 NFT 스타트업 슈퍼플라스틱과 협업한 ‘슈퍼구찌’ 프로젝트의 NFT와 올해 NFT 업체 10KTF와 협력한 구찌 그레일(Gucci Grail) NFT 컬렉션을 출시하며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돌체앤가바나’는 디지털 럭셔리 마켓플레이스인 ‘UNXD’에서 디지털 ‘콜레지오네 제네시’ 컬렉션을 선보였고 ‘언더아머’는 농구선수 스테판 커리 기념하는 농구화 커리 플로우 9을 NFT로 내놨다.

나이키는 12월 NFT 패션 스타트업 알티펙트(RTFKT)를 인수했다. 알티펙트는 전년 2월 디지털 아티스트 푸오셔스(FEWOCiOUS)와 협업한 NFT 스니커즈 600여개를 판매하고 3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LVMH‧프라다‧리치몬트 그룹은 블록체인 컨소시엄 ‘아우라’를 결성, 복제 불가능한 NFT 인증 방식으로 정가품을 판별하고 있다. 이 외 칼 라거펠트, 갭, 디젤, 라코스테 등도 NFT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패션 브랜드는 계속해서 NFT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국내는 지난해 한정판 거래앱 ‘프로그’와 ‘행텐’, ‘코오롱스포츠’ 등이 시작, 올해 ‘젝시믹스’, ‘폴햄’, ‘수프라’, ‘에고이스트’, ‘헤지스’, ‘맨온더분’ 등의 패션 브랜드부터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LF몰 등 유통사까지 사업에 나서고 있다.

그 중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올 초 NFT TF팀까지 신설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국내 대체불가토큰(NFT) 시장 선두주자인 ‘메타콩즈’와 손잡고 패션브랜드 맨온더분의 신상품으로 제작한 ‘웨어러블 NFT’를 선보였다. ‘웨어러블(Wearable) NFT’란 캐릭터나 PFP(소셜미디어용 프로필 이미지: Profile Picture)에 입힐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을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NFT로 제작한 것을 의미한다. 메타콩즈는 PFP NFT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거래량 또한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고객들은 매장에서 실제 판매하고 있는 옷을 3D 의상 카드 형태로 영구 소장할 수 있고, 메타콩즈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직접 착용 시킬 수 있다. 특히 이번 시즌 가장 인기 있는 제품들을 엄선해 한정 수량 NFT로 제작한 만큼 희소성과 소장 가치가 뛰어나다.

맨온더분은 주요 고객층이 NFT나 가상화폐에 관심이 많은 20~40대 남성으로 이번 협업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을 높이고 고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했다.

LF의 대표 패션 브랜드 헤지스(Hazzys)가 자체 제작한 가상 인플루언서 캐릭터인 ‘해수’를 활용한 NFT(Non-Fungible Token)를 출시했다.

헤지스 브랜드 전용몰 ‘헤지스닷컴’의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 캐릭터인 ‘해수’는 지난 2021년 처음 탄생하여 1년간 헤지스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콘텐츠로 소개하는 ‘부캐’이자 스토리텔러로서 활약해왔다.

‘해수’는 기존 헤지스 고객뿐만 아니라 MZ 소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인기를 얻어, 헤지스가 전개하는 브랜드 활동에 모티브가 되는 등 브랜드 자체 인플루언서의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나만의 행복한 순간을 담아 헤지스의 ‘H’로고를 자유롭게 그려보는 고객 참여형 이벤트 ‘해피h캠페인’은 작년 가을 해수의 찐팬들을 중심으로 1,100여건의 작품이 접수되었고, 선정 작품들이 연말 오프라인 작품 전시회로 이어질 만큼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헤지스는 ‘해수’와 ‘해수’의 친구들이 지난 1년간 보여주었던 다양한 모습을 담아 총 365개의 NFT로 선보였다. ‘해수’의 유년기부터 커리어우먼으로 성장해 첫사랑과 재회하기까지의 상징적인 순간들과 반려견 ‘라떼’ 등 해수의 활동에서 주요한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 중 5개의 이미지는 단 1개씩만 발행되어 소장가치를 더한다.

이들 기업은 대체불가토근(NFT)을 이용해 디지털 콘텐츠에 희소성을 부여해 다양한 아이템들을 판매하고 있다.

예컨대 내 아바타에 신상 루이비통, 구찌 등 가방을 선물하면 NFT 희소성으로 전 세계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가방을 가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기업 및 브랜드NFT 프로젝트비고
LVMH블록체인 컨소시엄인 ‘아우라’정품 인증
브라이틀링블록체인 컨소시엄인 ‘아리아니’정품 인증
버버리버버리 첫 NFT 캐릭터 ‘샤키 B’한정판 디지털 캡슐 컬렉션
나이키가상 스니커즈 NFT 크립토킥스가상 스니커즈 기업 아티팩트 인수
수프라‘멀티버스 스테이지 I NFT
BAYC #7298
NFT 마켓플레이스 ‘오픈씨’ 공개
형지에스콰이어대통령 구두 NFTNFT 마켓플레이스 ‘오픈씨’ 공개
마르디 메크르디마르디 메크르디 제페토 아이템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폴햄코숏 PFP(Profile Pictures) NFT 컬렉션갤럭시아메타버스 협업
아디다스‘인투더 메타버스’ NFT‘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과 협업
프라다타임캡슐 NFT이더리움 기반 NFT
구찌그레일 NFT 컬렉션10KTF와 협력
구찌슈퍼구찌 NFT 컬렉션슈퍼플라스틱 협업
라코스테NFT 시리즈 UNDW3(underwater) 론칭총 11,212개 발매
맨온더분웨어러블 NFT메타콩즈 협업
헤지스‘해수’ NFT브랜드 인플루언서
LF몰LF개런티디지털 보증서
디젤The Fabricant, Neuno와 NFT 콜라보NFT 컬렉션
디젤D:VERSENFT 컬렉션
힌터프로그 NFT정품 인증
코오롱스포츠NFT 커뮤니티 프로젝트샤이고스트스쿼드’와 협업
코오롱스포츠안타티카 디지털 보증서안타티카 오리진 레드 컬러
언더아머농구화 커리 플로우 NFT농구선수 스테판 커리 기념
패션 관련 NFT 프로젝트

디지털 보증서 NFT

대체불가토근(NFT)를 이용한 또 다른 활용 분야는 디지털 보증서다. 온라인 쇼핑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제품 보증을 디지털로 제공하는 것이다.

코오롱FnC의 ‘코오롱스포츠’는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최초로 NFT 기술을 적용한 카카오 클립(klip)을 통해 디지털 보증서를 제공했다. F&F의 메타버스 패션 브랜드 ‘수프라’는 5월 초 유명 NFT 프로젝트 ‘지루한 원숭이 요트클럽(BORED APE YACHT CLUB)’과 협업해 NFT 마켓플레이스 ‘오픈씨(OPENSEA)’에 NFT를 공개했다. 한정 수량의 디지털 트윈(트레이닝 셋업물, 슈즈)을 선보이며 완판됐다.

동일드방레의 패션 스포츠 브랜드 라코스테도 첫번째 NFT 시리즈인 UNDW3(underwater) 론칭을 통해 최초로 웹 3.0에 진출했다. 라코스테 최초의 실감형 프로젝트였던 마인크래프트와의 협업을 통해 가상의 세계인 크로코 아일랜드(Croco Island)를 선보인 이래 진행하는 새로운 도전이다.

한정판 운동화 거래 앱 ‘프로그’를 출시한 스타트업 힌터는 지난해 프로그 서비스에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를 도입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 특성상 한번 생성되면 삭제·위조할 수 없고 소유권과 거래 이력이 명시되므로 일종의 ‘디지털 인증서 및 소유권 증명서’처럼 활용한 것이다. 즉 한정판 운동화라는 ‘실물 자산’에 ‘디지털 자산’으로서 가치를 부여한 것.

힌터 관계자는 “기존에 프로그가 발급해온 정품 인증서는 거래 상품과 분리돼 정품 인증서와 해당 상품을 일대일 매칭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프로그에서 구매한 신발을 프로그에 다시 판매하더라도 같은 검증 단계를 거쳐야 했다”며 “퍼블릭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 콘트랙트 기능을 활용해 기존 정품 인증서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비중
메타버스25%
예술24%
게임23%
스포츠13%
수집품11%
유틸리티4%
도표 NFT 시장 내 산업비율(출처 SK증권)

NFT에 대한 기대

패션에서 NFT의 활용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디지털 자산에 해당하는 금융의 역할이다. 메타버스의 공간속에서 유저간 거래를 할 때 NFT가 사용되며 전체 NFT 시장에서도 메타버스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다. 이 때문에 메타버스의 세계에서는 NFT가 충분히 재화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두 번째는 디지털 보증서의 역할이다. NFT는 기술적 특성 때문에 위조방지 목적의 디지털 보증서로 활용된다.

마지막으로 마케팅이다. 디지털 컬렉션, 커뮤니티 활성화 등 소비자들의 새로운 쇼핑 경험을 아우르는 브랜드 마케팅으로 이용되고 있다.

패션업체 관계자는 “패션기업들의 NFT의 활용은 위조방지 목적의 디지털 보증서나 디지털 패션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종의 금융적인 역할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며 “럭셔리 브랜드를 시작으로 후발 패션업체들이 가세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NFT 기술을 활용한 패션기업들은 대체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크립토펑크처럼 어떤 콘텐츠냐에 따라 디지털 자산의 경제적 가치는 달라진다. NFT 기술은 진화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곳이다.

아직은 NFT 자체보다 실물 자산과 거래하기 위한 보조 수단에 불과하지만 고객에게 새로운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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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루이스 더 게임

한예로 구찌의 스몰 마틀라세 숄더백은 199만원이지만 제페토에서는 35젬(약 3,000원)이면 살 수 있다. 만원으로 내 아바타에 구찌 가방, 옷을 풀 착장할 수 있다면 여기에 희소성을 갖춘 아이템이라면 MZ세대에게 만원이라는 가격은 매력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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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병훈

세계 일주를 꿈꾸는 패션 기자 mbh@fashion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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