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은 하나의 거대 시장이다. 이 거대 시장의 매력은 상상 이상이다. 이 때문에 이미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고 중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점을 통해 중국 비즈니스를 펼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패션 산업 역시 이제는 중국 비즈니스를 제쳐 두고는 생각할 수 없다. 이미 신생 브랜드들은 중국 마켓을 염두해 두고 중장기 플랜을 짠다. 한정된 국내 시장 보다 거대한 중국 마켓에 ‘먹거리’가 더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업 규모를 떠나 어쩌면 생존과 직결된 중국 비즈니스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판매 규모가 다르고 이에 따른 매출 규모도 다른 곳이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 비즈니스는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다. 아무 정보도 없이 중국에 투자했다가 빈손으로 쫒겨 나온 기업들이 많다. 패션 업계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패션 시장은 여전히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K패션’에 대한 좋은 이미지와 지난해 12월 발효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의 체결로 국내 패션 기업들의 중국 진출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K패션’의 차이나 공습은 시작된 셈이다.
최근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가 중국 시장에 나서고 있는 등 크고 작은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다. 패션업체들이 국내 패션 시장의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자 거대 소비 시장인 중국 내수 시장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비즈니스의 첫 번째 관문은 ‘유통을 알아야 된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의 패션유통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과거의 생각으로 접근했다간 큰 코 다치기 일수다.
과거와 다른 점은 중국의 패션유통 변화에 맞춰 진출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 과거 총판(대리상) 계약을 하거나 유력 파트너와의 협업을 진행했다면 요즘은 라이선스 계약을 하거나 백화점 대신 온라인 쇼핑몰, 편집숍 입점 등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다.
상하이세계무역상성 총재를 역임했던 티안하오 남경대 교수는 얼마 전 열린 ‘제2회 新유통트렌드와 미래성장전략 컨퍼런스’에서 중국 오프라인 비즈니스 및 전자상거래의 발전추세를 진단했다.
그는 “중국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부동산 가격 폭등, 불공정 경쟁 등으로 인해 추락하고 있다”며 “전자상거래 방식이 오프라인 유통시장에도 적용되면서 향후 온·오프라인이 통합된 형태의 소매업이 발전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어 티안하오 교수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화, 개인맞춤화 트렌드를 소개했다.
그는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과 개성이 다양해지고 개인맞춤형 상품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고 업계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3D프린터를 통한 효과적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물질적 기반을 구축하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 中 날개 잃고 추락하는 오프라인 비즈니스
티안하오 교수는 중국 유통시장의 변화의 단적인 예로 중국 최대 온라인 커머스 기업인 알리바바의 성장을 설명했다. 지난 3월 알리바바그룹은 올해 인터넷쇼핑몰 거래액이 3조위안(4758억달러)를 돌파했다며 알리바바의 매출은 월마트를 넘어섰고 세계 1위 유통업체로 도약중이다고 그는 설명했다. 알리바바의 2015년 4/4분기 매출은 9,640억위안으로 중국 내수 소비 유통시장 8조4,851위안 중 11.3%를 점유하고 있다.
이미 알리바바는 2020년까지 알리바바의 매출 목표를 6조위안으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지방 공략, 해외 직구 공략, 국내 브랜드의 해외 수출 등과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 유통의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온라인 커머스의 성장과 달리 중국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날개 잃고 추락하는 형국이다.
중국 100대 체인업체 판매 증가 속도는 지난 2010년 21%에서 2011년 12%로 감소했고 2012년 10.80%, 2013년 9.90%, 2014년 5.50%로 줄어들었다. 기업 폐점 수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 150개 생활용품 기업의 폐점 수는 지난 2011년 10개점에서 2012년 15개점으로 늘었고 2013년 22개점에서 그 다음해 40개점, 지난해 100개점으로 크게 증가했다.
티안하오 교수는 추락하는 중국 내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이어지는 폐점 행렬과 실적하락, 글로벌 브랜드 철수로 요약했다. 폐점 행렬은 지난해 상반기 주요 소매업(백화점, 슈퍼마켓 포함)해 120곳이 폐점했으며 이 중 중국 최대 백화점 체인점 중 하나인 완다는 10개점을, 중국 토종 백화점인 왕푸징도 5개점을, 막스앤스펜스 5개점, 골든이글 2개점, 팍슨 1개점, 선샤인 1개점 등이 문을 닫았다.
중국 대표 유통기업들의 철수는 매년 실적 하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화권 대표 유통 기업인 팍슨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6.9% 감소했고 총 이익도 16.8%하락하면서 9,450만위안의 손실을 봤다. 푸젠성을 중심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신화두 역시 지난해 7.56% 매출이 감소 3억8,700만 위안 손실이 났다.
티안하오 교수는 “중국 주요 오프라인 기업들이 실적하락에 따라 폐점 행렬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 중국 현지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며 “지난 7년간 중국에서 철수한 글로벌 유명 소매 브랜드는 Home Depot, Best Buy, 독일OBI, 영국B&Q, 테스코, 프랑스 Leroy merlin, 네덜란드 Makro, 홍콩 Pairknshop 등이다”고 말했다.
# 알리바바, 월마트 추월하며 유통 업체 1위로 도약
또 그는 유럽 1위, 전세계 3위의 건축자재 창고형 매장 B&Q의 흥망을 통해 중국내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B&Q는 세계 500대 기업으로 그룹 산하 건축자재, 생활용품, 가전, 의약,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지난 1995년 대만에 진출했고 98년 중국 상해 진출했다. 그 당시 B&Q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체험과 투명한 가격, 안전한 품질, 우수한 서비스 제공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였고 소매 업계에는 선진 관리 경영마인드를 제공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중국 소매업계 분야를 위한 많은 인재도 배출했는데 알리바바 CEO 데이비드, 루쟈 CEO 순젠, Macaline CEO 웨보인, jupai holding Co president 우치민 등이 B&Q를 거쳤다.
그러나 지난 2014년 베이징 Wu Mart에 인수되면서 중국 시장에서 철수됐는데 그 동안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 유통 시장의 트렌드를 읽어내지 못하면서 겨우 체면치레하며 중국에서 발을 빼야했다.
티안하오 교수는 “B&Q의 쇠락은 중국 오프라인 비즈니스 어려움을 보여주는 예다”며 “외국 임원진 소양 및 파견제도의 한계, 시장 및 정책 환경의 변화로 플랫폼(전자상거래)형 경쟁 상대의 빠른 발전, 현지화 실패 등이 복합 작용하며 B&Q는 중국 시장에서 물러나야 했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비즈니스와 반대로 중국 온라인 비즈니스는 성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는 게 티안하오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전자상거래의 본질은 정보기술의 혁신으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시공간적 경계는 사라지고 사회화를 통한 분업으로 주문과 4류(사람, 자금, 물질, 정보)가 규모화 되면서 유통의 효율성이 제고되고 유통 비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전자상거래는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고 A도시뿐만 아니라 B도시에서도 판매할 수 있어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100대 소매업체 중 중국의 8개 인터넷 기업이 포진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중국의 전자상거래시장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다.
중국 8개 회사 판매액은 100대 기업 총 판매액의 39.3%를 차지, 그 점유율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인터넷 소매업체는 알리바바가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징동닷컴 7위, 텐센트 온라인 소매가 10위, 아마존 차이나 60위, 당당왕 69위, Vip.com 79위, Yhd.com 87위, VANCL 88위 등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 모바일 쇼핑몰 발전 추세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오는 2018년 중국 모바일 쇼핑의 시장 거래 규모가 한화 9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난해 중국 모바일 쇼핑 시장의 거래 규모는 378조원으로 전년 대비 123.8% 성장했다며 오는 2018년에는 한화 9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모바일 쇼핑 규모의 증가 속도는 전체 온라인 쇼핑 증가 속도보다 훨씬 높게 나타고 있고 향후 중국 모바일 쇼핑은 계속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티안하오 교수는 “이 같은 성장 배경에는 지난해 중국 모바일 사용자는 이미 6억2,000만명을 넘어섰고 매년 모바일 중심의 사용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며 “단말기별로 차이는 있지만 중국에서의 모바일은 생활화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동영상 시청 및 문자 전송, 채팅 시간이 모두 모바일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모바일 쇼핑 시간 또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모바일의 특징인 ‘수시로 아무 곳에서나’, ‘세분화’, ‘높은 연동’ 등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커머스 분야의 발전을 촉진시킬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중국 패션 시장 규모는 414조원으로 이 중 온라인 쇼핑 비중은 40% 육박했다. 2017년 중국 패션 시장 규모는 666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 같은 영향으로 모바일 쇼핑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티안하오 교수는 “아마존이 중국 시장에서 전자상거래 비중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며 “지난 10월 28일 회원제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맴버십 서비스를 론칭했고 중국내 무료 배송, 해외배송비 반값 정책 등을 통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의 핵심 경쟁력은 판매자에게 스마트 물류 등 첨단 기술을 제공해 소매업의 유통 및 판매 효율을 지속적으로 제고하고 있다. RFID를 통한 화물추적, 정보수집, 창고관리, 고객 배송과 GPS를 통한 운수관리, 실시간 재고관리, 로봇 선별포장 등이 그 예다.
# 중국 전자상거래 발전 트렌드는?
결론적으로 중국 유통 시장의 경우 오프라인은 점차 축소가 된 반면 온라인 비즈니스는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정책 환경 및 사회 환경이 변하고 소비자가 성숙해짐에 따라 온라인에서 독점적 지위를 점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시장은 향후 오프라인 비즈니스에도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에는 온오프라인 소매(판매)가 동시에 이루어져 전자상거래와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티안하오 교수는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추락 원인은 정책법규규정 불평등으로 인한 불공정 거래, 지난 30년간 토지재정 및 GDP우선주의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 효과적으로 보호받지 못한 지재권 등의 복합 작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신 인터넷 및 스마트 모바일 디바이스 상품 유통은 점차 더 큰 역할을 발휘하며 소비자에게 편리하고 편안한 서비스 제공해 성장이 점쳐 진다”고 말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는 향후 알리바바(플랫폼형식)와 징동닷컴(공급체인시스템) 등 두 회사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들은 최근 오프라인에도 진출하며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고 국내무역과 해외무역을 통합하는 글로벌화를 진행하고 있다.
티안하오 교수는 “중국 온라인 전자상거래 사이트 알리바바는 11월 11일 쇼핑데이를 맞아 235개 국가, 4700만 사용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며 “이처럼 전자상거래가 글로벌화 됨에 따라 중국 내 무역은 해외 무역과 통합되는 단계에 있다”며 “향후에는 전자상거래 방식이 오프라인 유통시장에도 적용되면서 향후 온·오프라인이 통합된 형태의 소매업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